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인데 게임에 몰두하고 다른 관심이 없어요. 뭔가 하고 싶어 하는 욕심도 없고 다른 아이들처럼 한 곳에 집착하는 것도 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요. 학습에도 관심이 없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열정이 없어요. 방과 후 프로그램에도 흥미가 없어서 끊었더니 집에만 있어요. 컴퓨터 게임에만 몰입해서 답답한 마음에 화를 내곤하지만, 이제는 도리가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지켜보기만 해요.

부모의 심정은 매우 답답함을 느끼시겠어요. 부모 역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구나” 하는 무력감과 “이대로 그냥 둬서 되나” 하는 조급함 사이에서 화가 날 것 같아요. 최근에 부모가 자녀들의 게임 과몰입(중독)에 대한 걱정이 매우 심각합니다. 위 사례는 아이의 발달적 측면과 가족의 기능적 측면, 그리고 부모역할의 세 가지 측면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먼저 아이의 발달적 측면에서 보면, 초등학생 시기에는 호기심과 대상에 대한 관심과 자기가 원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시도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시기입니다. 유아기 때부터 자기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그런 과정에 수용되고 좌절되는 것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욕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실현가능한 형태로 드러내는 방식을 학습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작은 성취경험을 얻게 되고, 그것이 쌓여서 자아존중감과 자기 효능감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에 자기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심하게 꺾이거나 무시당하거나 주목받지 못하고 좌절되는 경험이 반복될 때 아이들은 무기력해 질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의 기능적 측면에서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자녀에 대한 양육방식과 가치관, 자녀의 성장과정에서 경험하는 독특한 발달적 이해, 부부와 부모-자녀 간의 친밀한 애착관계와 대화방식, 아이의 행동에 대한 장, 단점 발견 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부모는 자녀가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은 못하게 하면서, 아이가 하기 싫은 것, 해야 하는 것만 지나치게 억압하거나 수행해 나가도록 지시할 경우 아이들의 행동에 무기력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와 같은 유형을 가진 자녀가 있다면 부모역할의 방향은 자녀의 무기력한 모습을 부모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유아기, 유치원시기 과정에 어떠한 생활을 해 왔는지, 부모가 제안하는 활동이나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해 아이가 거부의사를 밝힐 때 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아이가 뭔가 하고 싶다고 또는 배우고 싶다고 할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자녀가 자기의 욕구와 바라는 것을 부모로부터 요구했을 때 부모는 어떤 반응이 이어졌는지 확인하여야 합니다. 확인한 내용에 대하여 자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 보아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부모의 가치기준으로 자책감을 느끼는 것은 아이에게 더욱 부정적인 반응이 나갈 수 있으므로, 부모역시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여야만 힘이 납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자녀의 기대와 욕구를 일깨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부모는 자녀가 무기력 속에서 그나마 열의를 보이는 것은 컴퓨터 게임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가상세계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동시에 컴퓨터 사용시간을 통제하고자 하는 시도는 자녀와 함께 합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순조롭게 잘 진행된 이후, 자녀에게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이야기 하도록 진심으로 대화를 하고, 아이가 요구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부부가 함께 해야 합니다. 무기력이 심하면 심할수록 이 과정은 역시 길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녀의 성장과 발달과정에서 꼭 한 번은 겪어야 하는 과정임을 부모가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보다 부모스스로 지금-현재 자녀가 바라는 기대와 욕구가 무엇인지를 인식하였다면, 그 마음을 온전히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지는 부모마음에서 그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사료됩니다.